"그냥 참으면 되겠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기도 합니다.
참다 보면 일상이 됩니다. 일상이 되면 내가 이상한 건지, 저 사람이 이상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국 내가 먼저 무너집니다. 몸이 먼저 반응하거나, 마음이 먼저 반응하거나.
HR 담당자로 일하며 수많은 사건을 다뤄본 결과, 한 가지 슬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너무 오래 참았다는 것.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부터 대응, 그리고 HR의 역할까지 솔직하게 정리합니다.
⚖️ 직장 내 괴롭힘, 정확히 무엇인가요?
"이게 괴롭힘인가, 아닌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법적 잣대를 먼저 확인하세요.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정의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세 가지 핵심 요건 (모두 충족 시 인정)
| 요건 | 설명 | 예시 |
| 우위를 이용 | 직위·나이·집단 등 우위 관계 | 상사, 다수, 경력자 등 |
|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 정상적 업무 지시 범위를 벗어남 | 인격 모독, 사적 심부름 등 |
|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 | 실제 피해 발생 | 수면 장애, 업무 배제 등 |
세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법적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 인정 여부와 별개로, 불쾌하고 부당한 행위라면 회사 내부 규정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 괴롭힘 vs 정당한 업무 지시

| 구분 | ✅ 정당한 업무 지시 | ❌ 직장 내 괴롭힘 |
| 업무 피드백 | 실수에 대한 구체적 개선안 제시 | 인격 모독,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망신 |
| 업무 배분 | 역량에 따른 업무량 조정 | 의도적인 과부하 부여 또는 업무 배제 |
| 회식·친목 | 자율적 참여 권고 | 불참 시 인사상 불이익 암시 및 강요 |
| 연락 매너 | 긴급 상황 외 업무시간 내 연락 | 새벽·주말·휴가 중 반복적인 업무 연락 |
"기분이 나쁘다"가 아니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가"가 판단 기준입니다. 이 선이 어디인지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합니다.
🚫 이런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구체적 유형)
막연하게 "괴롭힘"이라고 하면 피부에 잘 안 닿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유형으로 보겠습니다.
👊 신체적 괴롭힘
- 물건 던지기, 밀치기 등 신체 접촉
- 위협적인 몸짓이나 행동
🗣️ 언어적 괴롭힘
- 공개적인 인격 모독, 폭언, 욕설
- 지속적인 비교·비하 ("너는 왜 이것도 못 해")
- 특정인을 향한 반복적인 소리 지르기
👥 관계적 괴롭힘
- 의도적 업무 배제, 회의·정보 공유에서 제외
- 집단 따돌림, 무시
- 소문 유포, 명예훼손
💼 과업 관련 괴롭힘
- 의도적으로 불가능한 업무량 부여
- 역량에 맞지 않는 하위 업무만 반복 배정
- 사적인 심부름 강요
📱 디지털 괴롭힘
- 업무시간 외 반복적인 메시지·연락
- 단체 채팅방에서의 공개 망신
- SNS를 통한 사생활 침해
💡 HRer의 시각: 현장에서 보면 '그냥 농담이었다', '원래 그런 스타일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받는 사람이 고통스럽고, 반복된다면 농담이 아닙니다. 의도가 아니라 영향이 기준입니다.
🛡️ 피해자라면 — 이렇게 대응하세요 (실전 스텝)

Step 1 — 기록부터 시작하세요 (증거의 힘)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이 앞서기 전에 먼저 기록해야 합니다.
- ☐ 날짜, 시간, 장소 기록
- ☐ 가해자 이름·직위
- ☐ 구체적인 발언·행동 내용 (최대한 그대로)
- ☐ 목격자 유무 및 이름
- ☐ 본인이 느낀 감정·신체 반응
카카오톡, 이메일, 문자는 캡처해두세요. 구두로 한 말은 메모 앱에 바로 기록하세요.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Step 2 —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세요
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선배, HR 담당자에게 상황을 알려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사건화됐을 때 "당시에도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Step 3 — 공식 신고를 검토하세요
내부 신고: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HR 또는 고충처리 담당자에게 신고하세요.
외부 신고: 회사가 신고를 묵살하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고용24(www.work.go.kr) 또는 관할 노동청에 접수하세요.
법적 조치: 심각한 경우 형사 고소(폭행·모욕·명예훼손 등) 또는 민사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 노무사 또는 변호사 상담을 먼저 받으세요.
Step 4 — 보복 행위를 조심하세요
신고 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 따라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은 명백한 위법입니다. 보복 행위도 즉시 기록하고 신고하세요.
💡 Gyu's Tip: 신고가 두렵다면 익명으로 시작해도 됩니다. 많은 회사가 익명 신고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도 익명 신고를 받습니다. 익명 신고만으로도 회사가 움직이는 경우가 있어요.
🧑💼 HR 담당자라면 — 반드시 지켜야 할 프로토콜
신고가 들어왔을 때 HR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잘못 대응하면 회사도 법적 책임을 집니다.

✅ 신고 접수 즉시
- ☐ 신고자 보호 조치 우선 (피해자와 가해자 물리적 분리 검토)
- ☐ 신고 내용 비밀 유지 (관련자 외 공유 금지)
- ☐ 신고자에게 진행 절차 안내
- ☐ 조사 착수 일정 확정
✅ 조사 단계
- ☐ 피해자·가해자·목격자 개별 면담
- ☐ 관련 증거 수집 (메시지·이메일·CCTV 등)
- ☐ 면담 내용 문서화
- ☐ 외부 전문가(노무사) 자문 검토
✅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
| 조사 결과 | 조치 방향 |
| 괴롭힘 인정 | 가해자 징계 (경고·감봉·정직·해고 등) |
| 괴롭힘 불인정 | 피해자에게 결과 통보, 이의제기 절차 안내 |
| 판단 어려움 | 외부 전문가 추가 자문, 재조사 |
🚨 HR이 절대 하면 안 되는 3가지
-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는 행위.
- 가해자에게 신고 내용이나 제보자를 미리 귀띔하는 행위.
-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소문을 방치하는 행위.
🏢 회사가 해야 할 사전 예방 조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 예방 조치 | 내용 |
| 취업규칙 명시 |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및 신고 절차 명시 (5인 이상 사업장 의무) |
| 정기 교육 | 연 1회 이상 전 직원 대상 괴롭힘 예방 교육 실시 |
| 신고 채널 운영 | 익명 신고 가능한 채널 구축 및 공지 |
| 관리자 교육 | 팀장·임원 대상 별도 교육 (가해자 대부분이 관리자) |
| 조직문화 점검 | 정기 직원 설문을 통한 심리적 안전감 모니터링 |
5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미포함 시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Q&A —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5가지
Q1. 상사에게 심한 말을 들었는데, 이게 괴롭힘인가요?
A1. 한 번의 발언만으로는 법적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반복성, 지속성, 강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심각한 수준의 폭언이나 폭행이라면 다른 법적 수단(모욕죄·폭행죄)으로 대응 가능합니다. 일단 기록부터 시작하세요.
Q2. 동료 사이에서도 괴롭힘이 성립하나요?
A2. 네, 됩니다. 상하 관계가 아니어도 집단적 따돌림, 반복적 무시 등은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적 요건인 "우위를 이용"은 직위뿐 아니라 수적 우위, 연령, 경력 등도 포함됩니다.
Q3. 신고했다가 오히려 불이익 받으면 어떻게 하나요?
A3.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은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불이익 내용을 즉시 기록하고, 고용노동부에 추가로 신고하세요. 신고자 보호는 법으로 보장돼 있고, 불이익 행위자는 별도 처벌 대상입니다.
Q4. 회사가 조사를 제대로 안 하면 어떻게 하나요?
A4.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조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 대상입니다. 고용24 또는 관할 노동청에 접수하세요.
Q5.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받을 수 있나요?
A5. 가능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 산업재해(업무상 질병)로 인정받아 산재 보상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증거 확보와 전문가 상담이 먼저입니다.
💡 NEXT Gyu의 한 줄 조언
"침묵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건강한 조직은 부당함에 목소리를 낼 때 만들어집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의 문제입니다.
한 사람이 참고 버티는 동안, 주변 사람들도 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조직은 이런 걸 용납하는구나." 그 순간부터 조직문화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 피해자라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기록하고 목소리를 내세요.
- HR 담당자라면: 당신의 첫 반응이 조직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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